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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전기뱀장어

진솔한 태도로 청춘의 단면을 포착해온 1인 밴드 l 전기뱀장어 2026.06.30
데뷔 15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전기뱀장어는 멈추지 않는다. 1인 체제로 작곡, 작사, 편곡, 프로듀싱까지 모두 홀로 감당하며 <친구가 되자> 프로젝트로 동료들과의 연결고리를 이어가는 황인경. 경쾌한 사운드 위에 씁쓸한 가사를 얹고, 개별적인 이야기를 보편의 언어로 번역하는 그의 음악은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있다.

Q. 안녕하세요, 전기뱀장어 님! 팬들과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밴드 전기뱀장어의 황인경입니다. 전기뱀장어는 1인 팀이지만, 3명의 객원 멤버들과 함께 밴드의 형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기뱀장어의 작곡과 작사, 편곡과 프로듀싱, 공연 기획 등 거의 대부분의 것을 맡고 있어요.(힘들어요)

Q. 공식 스케줄 외에 요즘 전기뱀장어 님을 가장 즐겁게 하는 소소한 취향이나 TMI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 년 정도 전부터 복싱을 배우고 있어요. 본격적인 복싱장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지인들이 코치님을 모시고 하는 복싱 모임에 가깝긴 합니다. 복싱을 시작하기 전에는 다소 폭력적인 운동이 아닌가 싶어서 막연한 거리 두기가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적성에도 맞고 내 안의 야수성을 깨우는 시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친구들에게 펀치를 날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Q. 밴드명 '전기뱀장어'는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강렬함이 있습니다. 데뷔 15년이 넘은 지금, 이 이름이 본인에게 주는 무게감이나 애착은 처음과 어떻게 달라졌나요?

저는 이제 너무 익숙해져서 전기뱀장어라는 밴드명이 주는 인상이 어떤지 잘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어요. 많은 사람들은 다소 모나고 '인디밴드스러운' 이름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재밌구나 싶지만 결국에는 '들국화'나 '산울림같이' 팀 명이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길 바라고 있어요. 전기뱀장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나 애착이 따로 있진 않아요. 다만 전기뱀장어를 오랫동안 좋아해 주신 분들의 마음에 대한 무게감은 다소 가지고 있습니다.
Q. 초창기 4인조 구성에서 현재 1인 체제 중심으로 변화했습니다. 혼자 결정을 내리고 팀을 이끌어가면서 느끼는 가장 큰 자유로움, 혹은 반대로 그리운 지점이 있다면요?

창작 면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만, 그러려면 내가 모든 부분에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가져야 하죠. 음악의 전반적인 부분을 공부하고 연습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가령, 예전에는 몇 번 쳐본 적 없는 베이스를 이제는 열심히 연주하면서 라인을 만들어야 하죠. 15년을 넘게 활동해도 여전히 미숙한 게 많고 발전할 것도 많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요. 공연 활동에도 자유도가 높아져서 설혹 적자가 나더라도 '내가 하고 싶으면 한다'가 되었습니다. 높아진 자유도만큼 많은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지만요. 멤버들과 함께라면 내가 때때로 좀 게을러지더라도 그럭저럭 굴러갈 수 있을 텐데, 그런 안정감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합니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으니까요.

Q. 음악 작업이 막힐 때 기분 전환을 위해 찾는 본인만의 '아지트'나, 요즘 즐겨 보시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적막한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요리할 때나 씻을 때도 아이패드로 뭔가를 틀어놓곤 합니다. 요즘에는 <정희진의 공부>라는 오디오 매거진을 즐겨 듣고 있어요.

Q. 전기뱀장어의 가사는 '청춘의 단면을 포착하는 문학' 같다는 평이 많습니다. 일상의 단어들에서 영감을 얻어 가사로 옮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나요?

개별성에서 보편성으로 연결되는 부분을 고민합니다. 나에게 임팩트가 있는 단어나 문장이더라도 그게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취향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타인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도 닿을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진 표현인지 고민하는 편입니다.

Q. 본인의 곡들 중에서 '가장 전기뱀장어다운 곡' 하나와, 반대로 '나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싶었던 의외의 곡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자연사 박물관'. 경쾌하고 장난스러운 사운드 위에 올린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맛이 나는 가사와 멜로디.
'혁명의 연인들'. 전기뱀장어의 곡은 마이너풍의 곡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 곡은 어쩌다 보니 그렇게 완성이 되어버렸습니다. 감정에 깊게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인데, 이 곡은 그냥 받아쓰기 하는 기분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Q. 오랜 시간 활동하며 사운드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초기 EP의 거친 에너지와 지금의 정교해진 사운드 사이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전기뱀장어만의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다소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진솔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흉내 내는 건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멋진 음악을 하는 음악가들은 모두 진솔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Q. SNS 속 합주 사진을 보면 장비나 사운드 톤에 대한 고민이 엿보입니다. 라이브 공연을 위해 곡을 재해석하거나 편곡할 때 가장 신경 쓰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멋진 옷이더라도 정작 내가 입었을 때 어울리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 목소리와 멜로디, 가사와 어울리는지 신경 쓰는 편입니다. 작업이나 합주를 하면서 '오 멋진데?'라는 기분이 들어도 나중에 녹음본을 들어보면 민망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Q. 곡을 작업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이나, '이 정도면 완성이다'라고 판단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궁금합니다.

저는 가사 쓰는 게 늘 어려워요.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되는 부분이라서 가사가 완성되면 '이제 곡의 형태를 갖췄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Q. 아티스트 간의 유대를 보여주는 [친구가 되자] 프로젝트가 어느덧 Vol.8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특별한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와 목적은 무엇이었나요?

오래 활동을 해오다 보니, 과거에 비슷한 시기를 함께한 동료 팀들이 어느덧 많이 활동 중단을 하더라고요. 새로운 친구 팀을 사귀고 싶다는 목적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단순히 같은 무대에 선다고 친구가 되지는 않죠. <친구가 되자> 공연에는 실제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많이 심어두는 편입니다. 사전에 포스터도 같이 촬영하고, 회의도 하고, 합동 곡도 준비합니다. 뒤풀이도 하죠. 그리고 쐐기를 박는 느낌으로 시즌 동안 함께한 모든 팀들과 함께 공연을 합니다.

Q. 단편선순간들, 김사월 등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과 '친구'가 되셨는데요. 함께할 파트너를 선정할 때 본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앗, 김사월은 아직 <친구가 되자> 시리즈에 모시지 못했어요. 하지만 조만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단 음악을 듣고 좋다는 기분이 드는 게 최소 조건인 것 같아요. 제가 감히 평가를 하는 입장이 된 것 같아서 민망하긴 하지만, 보통 좋은 음악을 하는 팀은 공연에도 성실하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더 민망할 수 있는 일인데, 사람 됨됨이를 약간 봅니다.(죄송합니다.) 폼 잡는 사람보다는 수더분한 사람들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Q. 합동 공연에서 서로의 곡을 재해석하거나 대화하며 느꼈던 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공중그늘과 함께 했던 공연에서 그쪽 멤버들이 전기뱀장어의 '장마'라는 곡을 커버해서 들려주셨는데 무척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주셨어요. 공중그늘의 느낌이 물씬 나게 편곡을 많이 하셨는데, 공을 많이 들이셨을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마침 공중그늘도 '장마'라는 곡이 있어서 저는 그걸 커버하기로 했었는데, 제가 배신했어요. 저는 '새'를 커버하였습니다.
Q. 최근 발표하신 <불*꽃>처럼, 앞으로 전기뱀장어가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핵심 키워드나 감정선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공연을 하면서 느낀 건데, 전기뱀장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혹은 잘 하는 것)은 '연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멋진 아티스트'보다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인 것 같아요.(그렇게 멋진 건 될 수도 없습니다.) 창작자와 연주자, 관객이 모두 마음의 온도를 맞추고 함께하는 게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 같아요.

Q. 15년을 함께 걸어온 팬들은 이제 단순한 팬을 넘어 동료 같은 느낌일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저는 외로움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성격이 원래 그래서가 아니라 늘 곁에 사람들이 있어주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Q. 향후 활동 계획을 살짝만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최근에는 프로필 사진을 새로 찍었어요. 7월에 새 EP를 발매할 예정입니다. 발매 기념 단독 공연도 할 거고, 음반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올해 여름은 전기뱀장어가 책임지겠습니다.

Q. 인터뷰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에 참여하신 소감과 함께 마무리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지면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기뱀장어를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거든요. 독자 여러분들 마그네슘 잘 챙겨드시고 햇볕 아래 산책도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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